서론
이집트 북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는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특별한 도시다. 기원전 331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세워진 이 도시는 고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지금도 그 유산을 간직한 채 여전히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였던 알렉산드리아의 등대, 지식의 전당이었던 고대 도서관, 다양한 문명이 교차한 이력은 이 도시를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서 하나의 역사 박물관처럼 만들고 있다.
알렉산드리아는 카이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이슬람 문화와 이집트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수도와 달리, 알렉산드리아는 지중해의 낭만과 서양식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프랑스, 그리스, 로마, 아랍 문화가 층층이 쌓여 있는 이 도시는 거리의 건축물, 음식,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때문에 알렉산드리아는 이집트의 또 다른 얼굴이자, 고대와 현대가 만나는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알렉산드리아는 단순히 고대 유적의 도시가 아니다. 지중해를 따라 늘어선 해안도로, 활기찬 수산 시장, 대학교와 박물관이 어우러진 학문과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깊이와 함께 여유롭고 낭만적인 기운이 흐르는 이 도시는, 여행자에게 이집트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고대 문명의 흔적을 따라 걷다 보면, 과거의 지혜와 현재의 삶이 한 도시에서 만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고대 문명의 흔적을 따라 걷는 역사 여행
알렉산드리아의 진정한 가치는 그 역사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도시는 고대 이집트와 헬레니즘, 로마, 이슬람 문명이 겹쳐지며 독특한 문명 융합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 중심에 있었던 곳이 바로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다. 세상에서 가장 방대한 지식을 집대성한 이 도서관은 인류 문명의 보물창고로 평가받았으며, 이후 화재로 소실된 뒤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상상 속에 살아 있는 전설적인 공간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2002년에 재건된 현대식 *바이브리오테카 알렉산드리나(Bibliotheca Alexandrina)*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다양한 전시, 도서관 기능, 과학 센터를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대의 유산은 도시 곳곳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콤 엘 슈카파의 카타콤(지하 묘지)*은 로마시대 유적으로, 고대 이집트의 매장 방식과 그리스-로마식 조각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미술 양식을 보여준다. 이곳의 회랑, 벽화, 석관은 고대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흔적이다. 또한 로마 황제 시대의 유적으로 남아 있는 포룸과 세라피움 신전, 폼페이 기둥 역시 도시의 고대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유적지다.
이외에도 알렉산드리아 항구 근처에는 과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던 파로스 등대가 있었던 위치가 남아 있다. 등대 자체는 현재 사라졌지만, 그 위에 건설된 콰이트베이 요새가 그 흔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요새는 중세 이슬람 건축의 아름다움과 함께, 고대 건축물의 일부를 재활용해 만든 구조로, 시간의 층위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알렉산드리아는 고대와 중세, 근현대의 흔적이 도시 곳곳에 살아 숨 쉬는 살아 있는 박물관 같은 도시다.
지중해의 정취가 흐르는 도시의 풍경과 일상
알렉산드리아는 역사와 문명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도시다. 이곳은 지중해를 마주한 낭만적인 해안 도시로서, 바다의 숨결과 삶의 여유로움을 함께 품고 있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코르니쉬(Corniche) 해안도로는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가 즐겨 찾는 산책로이며, 아침과 저녁으로는 바다 너머로 넘어가는 햇빛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곳을 걷다 보면 각종 카페와 해산물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고, 거리의 소음마저도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일부분이 된다.
바닷가를 따라 운영되는 수산 시장과 노천 카페에서는 알렉산드리아만의 생생한 일상이 펼쳐진다. 생선을 튀기는 소리, 커피 내음, 물건을 흥정하는 소리들이 도시의 리듬을 만든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정통 이집트식 커피, 샤와르마, 해산물 플래터 등을 맛볼 수 있으며, 특히 싱싱한 오징어나 새우 요리는 알렉산드리아의 대표적인 별미로 손꼽힌다.
또한 이 도시는 예술과 문학이 살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알렉산드리아는 시인 콘스탄틴 카바피스의 도시로도 유명한데, 그의 집은 지금 박물관으로 운영되며, 그리스 문학과 이집트의 문화가 만난 독특한 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도시의 골목과 카페에는 여전히 예술가들이 모여 시를 낭송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알렉산드리아만의 문화적 깊이를 만들어낸다. 지중해의 정취와 함께 숨 쉬는 예술과 삶은 여행자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알렉산드리아 여행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실용 정보
알렉산드리아는 카이로에서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 약 2~3시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다. 교통은 비교적 편리하며, 도심은 택시와 어플 기반 차량 서비스, 트램 등을 통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여행을 계획한다면, 최소 이틀 정도의 일정을 두고 여유 있게 도시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낮에는 고대 유적과 해안 산책을, 저녁에는 바닷가의 식당에서 현지 음식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정이 추천된다.
관광 외에도 쇼핑과 문화 체험도 알렉산드리아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시내에는 전통 시장인 수크(souk)와 현대식 쇼핑몰이 함께 존재하며, 기념품으로는 손으로 짠 카펫, 향신료, 수공예 도자기 등이 인기가 있다. 특히 아라비아어 문양이 들어간 장식품은 이집트만의 정서를 간직한 독특한 기념품으로 손색없다.
주의할 점은, 알렉산드리아는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가 일부 남아 있는 도시이므로 복장이나 행동에 있어 일정 부분 예의를 지키는 것이 좋다. 특히 종교 시설 방문 시에는 긴 바지와 어깨를 가린 옷차림이 권장된다. 또한 여름에는 햇볕이 매우 강하므로 선크림과 선글라스, 모자 등도 필수 준비물이다. 이런 실용적인 준비만 갖춘다면, 알렉산드리아는 이집트 여행 중 가장 잊지 못할 도시로 남게 될 것이다.
결론
알렉산드리아는 단순한 고대 유적지가 아니라, 수천 년의 시간과 다양한 문명이 교차하며 형성된 유일무이한 도시다. 이집트의 고대 영광을 품으면서도, 지중해의 낭만과 현대적인 삶의 리듬이 어우러지는 이곳은 역사와 감성, 그리고 실용적인 여행 경험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최적의 여행지다.
고대 도서관의 지혜, 로마시대의 유적, 바닷가를 따라 펼쳐진 삶의 풍경,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까지. 알렉산드리아는 눈으로 보고 발로 걷고, 마음으로 느껴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도시다. 화려하진 않지만 깊고, 조용하지만 강한 이 도시의 매력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행자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