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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호르, 예술과 역사가 공존하는 파키스탄 문화의 수도.(서론, 무굴 제국, 다문화의 흔적, 예술과 학문, 결론)

by cherryblossom6938 2025. 6. 18.

서론

*라호르(Lahore)*는 파키스탄 동부에 위치한 펀자브 주의 주도이자, 이슬람 문화와 무굴 제국의 유산이 뿌리 깊게 스며든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도의 델리와 더불어 한때 무굴 제국의 심장부였던 이곳은 오랜 세월 동안 정치, 예술, 교육, 종교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라호르를 본 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를 본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도시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라호르의 가장 큰 특징은 시대와 문명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있다는 점이다. 이슬람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바드샤히 모스크, 무굴 왕조의 향기가 묻어나는 라호르 포트, 영국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과 근대적인 시가지까지, 도시 전역에서 다양한 시기의 역사를 한눈에 마주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종교와 세속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 도시는 마치 시간 속을 걷는 듯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동시에 라호르는 파키스탄의 ‘문화 수도’로도 불리며, 수많은 예술가와 학자들이 거주하고 활동하는 중심지이기도 하다. 고전 음악과 춤, 미술과 문학, 전통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성과 전통이 어우러져 있으며, 라호르 대학교와 국립예술대학은 수많은 젊은 인재들의 창의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되어준다. 이러한 문화적 기반 위에 형성된 도시 특유의 감성과 정체성은 라호르를 단순한 도시가 아닌, 하나의 예술 공간으로 느끼게 만든다.

무굴 제국의 찬란한 흔적, 라호르 포트와 바드샤히 모스크

라호르의 역사적 상징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단연 *라호르 포트(Lahore Fort)*와 *바드샤히 모스크(Badshahi Mosque)*다. 라호르 포트는 16세기 무굴 제국의 통치자였던 악바르 대제 시절 본격적으로 확장되었으며, 이후 여러 왕들에 의해 덧붙여지고 장식되었다. 이곳은 단순한 군사 요새가 아니라, 당시 제국의 권위와 미적 감각을 총체적으로 표현한 건축 예술의 집합체다.

라호르 포트 내부에는 셰쉬 마할(Sheesh Mahal)이라는 이름의 ‘거울 궁전’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온 벽면과 천장이 수천 개의 거울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어 빛에 따라 반짝이며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디완-이-암(공적 집회실), 나울라카 파빌리온(황금 장식이 돋보이는 관람실), 미나렛과 정원 구조 등은 무굴 양식의 건축미와 공간 구성을 잘 보여주는 예다. 라호르 포트는 단지 유적이 아닌, 고대 제국의 정신과 미학이 살아 있는 장소로 평가받는다.

바드샤히 모스크는 라호르 포트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또 하나의 걸작으로, 1673년 무굴 황제 아우랑제브에 의해 건립되었다. 수만 명의 신도들이 동시에 기도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며, 붉은 사암과 하얀 대리석이 조화를 이루는 외관은 무굴 건축의 장엄함을 극대화한다. 모스크 앞의 넓은 광장은 종교적 의식뿐 아니라 도시민들의 일상적인 모임 장소로도 활용되며, 이슬람 문화의 중심지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두 유산은 라호르가 단지 역사적 도시를 넘어, 종교적·정신적 중심지로서도 위대한 유산을 간직한 도시임을 증명한다.

다문화의 흔적이 살아 숨 쉬는 구시가지와 안무르 거리

라호르의 구시가지(Old City)는 도시의 과거가 가장 생생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벽에 빼곡히 그려진 민속 예술, 오래된 대문과 바자르들 속에는 라호르의 일상과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거리는 *안무르 거리(Food Street of Anarkali & Fort Road)*로, 이곳은 라호르의 다양한 요리 문화와 전통 건축이 결합된 이색적인 장소다.

안무르 거리는 밤이 되면 특히 활기를 띠며, 파키스탄 전통 요리인 비리야니, 탄두리 치킨, 카라히, 갈라비 케밥 등이 그릇에 담겨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고풍스러운 건물의 발코니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바드샤히 모스크의 야경을 배경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어, 단순한 거리 음식을 넘어 ‘미식과 문화의 향연’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역은 과거 힌두, 시크교,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던 공간이기도 하며, 거리 곳곳에는 무슬림 사원뿐 아니라 유서 깊은 시크 사원과 힌두교 사당의 흔적도 남아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오늘날의 라호르가 종교적 관용과 문화적 포용 속에서 발전해 왔음을 보여준다. 구시가지 탐방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라호르라는 도시의 다층적 정체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이 어떻게 한 공간에서 살아왔는지를 직접 느끼는 여정이 된다.

예술과 학문의 중심지로서의 오늘날 라호르의 풍경

오늘날 라호르는 파키스탄 내에서도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라호르 국립예술대학(National College of Arts)*과 *펀자브 대학교(University of the Punjab)*는 각각 예술과 학문 분야에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온 명문 대학으로, 이 도시에 지적인 활기를 불어넣는 중심축이다. 특히 라호르 국립예술대학은 고전 예술과 현대 예술이 공존하는 독특한 커리큘럼을 통해, 도시의 예술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라호르의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전통 회화와 현대 설치미술, 사진전 등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으며, 특히 파키스탄 전통 장식 예술이나 미니어처 회화 분야에서는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이 활동하는 공방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러한 창작 공간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라호르를 ‘살아 있는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라호르는 문학의 도시이기도 하다. 파키스탄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철학자인 *무함마드 이크발(Muhammad Iqbal)*이 이곳 출신이며, 그의 무덤은 바드샤히 모스크 인근에 위치해 있어 많은 이들이 방문한다. 다양한 문학 행사와 북 페어, 시 낭송회 등이 자주 열리는 도시 분위기는 시민들이 예술과 지성에 얼마나 가깝게 다가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라호르는 예술과 학문이 일상과 만나는 공간으로서, 파키스탄 사회의 정서적 깊이를 대표하는 문화 수도라 할 수 있다.

결론

라호르는 단지 과거의 유산만으로 유명한 도시는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쉬며, 사람과 문화, 종교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살아 있는 공동체다. 무굴 제국의 찬란한 유산이 서려 있는 궁전과 모스크, 다문화의 흔적이 스며든 골목과 바자르, 그리고 창의적 열정이 넘치는 예술과 학문의 현장까지, 라호르는 모든 면에서 파키스탄이라는 나라의 정수이자 자긍심이다.

이 도시는 방문자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때의 영광에서부터 오늘의 고요한 일상까지, 라호르를 걷는다는 것은 시간을 여행하는 일이자, 인도-이슬람 문명이 남긴 유산을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이다.

파키스탄을 처음 찾는 여행자에게 라호르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며, 파키스탄을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반드시 머물러야 할 목적지다. 역사가 있고, 감성이 있고, 사람이 있는 도시. 라호르는 오랜 시간 동안 그 가치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 깊이를 잃지 않을 것이다.